원티드, 3년





프롤로그
원티드 리브랜딩 회고
2016년 겨울, 원티드 입사 몇일 후 원티드의 로고를 바꾸겠다고 했을 때 누군가 웃으며 물었다. “로고를 굳이 왜 바꿔야 돼요?”


2018년 2월, 원티드는 홍콩 일본 대만 싱가폴 4개국 글로벌 진출했다. 과거의 원티드는 빠르고 쉬운 채용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의 원티드는 기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인간적이고 효율적인 연결을 위해 더욱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로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확장성을 위해 원티드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서브브랜드, 온/오프라인 이벤트 그리고 서비스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원티드만의 코어브랜딩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원티드라는 회사가 생긴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아무도 원티드를 몰랐을 때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의 원티드가 있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초기 멤버로서 그 과정을 함께했다. 그 중 나의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리브랜딩 이야기를 담담히 기록해본다.










가치에 대하여





사람과 일자리를 보다 효율적이고 인간적으로 연결한다. 라는 원티드의 미션에서 ‘사람’과 ‘연결’ 두가지의 핵심가치는 계속 유지하면서 그 다음으로의 확장을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이번 코어브랜딩의 핵심이었다.이를 위해 원티드의 마케팅팀과 함께 회사의 핵심 가치를 재정립하고, 채용서비스인 만큼 신뢰와 의식이라는 키워드와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키워드들을 선정하여 Brand Creative Value를 만들었다. Creative Value로 선정된 키워드들은 앞으로 원티드 브랜딩의 맥락을 하나의 결로 묶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즉, 원티드라는 사람에게 딱 맞는 옷을 입혀주는 코디가 되는 셈이다.







원티드의 다양한 서비스들





원티드는 쉬운 추천을 통해 사람들에게 딱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물론, 기업정보 제공, 채용이벤트 리쿠르팅 카니발 개최, 교육 서비스, 이력서 컨설팅 외에도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전개한다.(그만큼 유저를 사랑하는 채용회사다.)

이토록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하는 회사의 코어 브랜딩을 한다는건 꽤나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었다. 원티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녹이는 와중에도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코어 브랜딩이 더욱 견고하고 유연해야했다. 디자이너라면 공감할 것이다. 개성을 살리면서 일관되게 통합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 하지만 그래서 더 챌린징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이유있는 디자인하기


본격적인 시각화 작업을 위해 재료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미지 검색으로 원티드의 핵심 키워드들을 취합하고 무드보드를 생성했다. 그 뒤 연결, 성공, 이직, 회사, 추천, 합격, 직업 등의 이미지들을 모아 브랜딩에 유용할 만한 시각요소들을 찾아냈다. 이중 사람의 얼굴에서는 원의 형태를, 연결을 상징하는 다리나 악수 등의 이미지에서는 선과 기둥을, 회사의 이미지에서는 사각형, 둥근사각형, 기둥 형태의 메타포들을 추출했다. 이러한 시각적 요소들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원티드라는 브랜드의 맥락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추출한 메타포들을 활용하여 사람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시각화 작업을 진행했다. 점과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그 선들이 모여서 면을 이루는 과정을 머릿속에 그리며 여러 형태의 그래픽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디자인 요소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각각의 성질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조화롭게 구성되는지를 관찰한 뒤 수정과 변화를 거쳐 고유의 시각언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 프로세스이다. 재미있기도 하고. 그중 연결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메타포는 '선' 이었다.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인 스타일의 심볼은 크기가 작아질수록 솔리드 형태의 심볼에 비해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작은 크기의 스크린이나 인쇄 매체에서의 가독성 또한 고려되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리드 형태에서도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잘 드러나는 심볼을 고민했다.


100개가 넘는 다양한 시안들이 있었지만 Overlap(겹침) 효과로 만들어진 시안들이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 중 연결 뿐 아니라 원티드 서비스의 중심이 되는 일자리, 추천인, 지원자 3가지의 요소를 보여주는 심볼을 지금의 원티드 심볼로 정했다. '원'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형태의 심볼이었기 때문에 확장성이 높았으며 다양하게 분해 조합하여 서브 브랜드의 메타포를 만들어 내기에도 적합했다. 이렇게 해서 '사람과 일자리를 효율적이고 인간적으로 연결한다.' 는 의미를 가진 지금의 원티드 심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심볼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컬러가 매우 많아진다는 것. 컬러가 많다는 이야기는 곧, 인쇄매체에서 퀄리티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이렇게 새로운 심볼이 만들어졌다. 여기까지 오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빠르게 돌아가는 스타트업 특유의 업무 사이클에서 한가지 문제를 붙잡고 가만히 앉아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건 말 그대로 사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급한 일을 쳐내면서 조금씩 브랜딩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조금씩 브랜딩을 진행했던 것이 결국엔 좋은 리브랜딩 방법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역시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Wanted Creative Guide 중 일부


무드보드를 통해 추출한 원티드의 그래픽 요소와 그것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심볼을 로고 타입에 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원티드의 디자인 구성요소인 선, 원, 둥근 사각형을 논리적으로 로고 타입에 녹여내는 것이 이 과정의 핵심이었다. 심볼과 로고 타입이 통일된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로고 타입의 가독성과 시각적 특성 사이에 적절한 밸런스 조절이 필요했다.
















끊임없는 연결
리브랜딩 이전의 원티드 로고 타입은 대문자였다. '현상수배'의 의미를 가진 원티드의 뜻 자체를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대문자 로고타입은 사업초기 원티드의 이름과 브랜드를 강하게 어필해야 했기에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새롭게 업데이트된 Creative Value에 맞춰 기존의 로고타입도 변형이 필요했다. 3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낸 원티드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줄 때가 된 것이다.


먼저 Creative Value에 맞춰 이전보다 역동적이고 긍정적이며 보다 친근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원티드의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여 디자인했다. 심볼에 적용된 '원형'을 타입에도 더 적극적으로 녹여내고 심볼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글자의 각도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논리적 단서를 찾았으며 빗금이 필요한 부분에는 심볼에서 찾아낸 고유의 각도(22도)를 적용했다. 타입을 이루고 있는 모든 시각적 구성요소가 각자의 이유를 가지게 되면 디자인은 더욱더 단단해진다.


원티드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지닌 브랜드일수록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맥락을 유지할 수 있는 단단한 버팀목이 필요하다. 이것이 원티드가 이유있는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각 요소의 의미와 맥락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이유다.  








브랜드의 Core Value가 Creative Value로 이어지고,  키워드들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브랜드의 이미지에서 디자인요소를 찾아 고유한 맥락을 빚어내면 그 맥락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로고가 만들어진다. 디자인요소가 심볼로 이어졌고 심볼은 로고 타입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로고는 또 다른 요소들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그 맥락을 이어나갈 것이다. 흔히 브랜딩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멈춰있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원티드의 브랜딩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원티드가 어떤 식으로 맥락과 의미를 연결해 나갈지, 어떻게 브랜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나갈지 기대되는 이유이다.





에필로그
여기까지가 원티드 공식블로그에도 곧 공개될 표면적인 글이다. 이렇게나 긴 글을 공개한건 처음있는 일이라 설레기도하고 그 만큼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곧 공개될 다음 글에서는 우주가 되어 현상을 관찰하는 방식, 채용회사 브랜드 디자이너가 거대 패션 기업 ‘LVMH’을 들여다 보게된 이야기, Data Driven 브랜딩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벌써부터 심오하다.






Mark